“우리도 이제 대세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요?”
최기자는 ‘오딧세이’라는 로고가 번쩍이는 인공지능 개발사의 홍보 자료를 보며 국장에게 말했다. 어제 들어온 데이터였다.
“……”
“이젠 기자회견장에 사람이 직접 가는 채널은 우리 밖에 없어요.”
성국장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기자회견장에 사람이 점점 없어지고, 각 채널의 터미널 로봇과 드론들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본 이후로 벌써 몇년이 흘렀다. 그들은, 아니 그것들은 현장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완벽한 기사까지 작성하여 배포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채널 구독자들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기사를 더 선호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고성능 인공지능을 쓰는 채널이 만들어 낸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 그것들은 팩트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짚어낼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인식되어 있고, 심지어 구독자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어내는 데에도 뛰어났다. 앞으로는 전통적인 방식의 기자회견 자체가 곧 없어질 거라는 말도 많았다. 기자회견을 하는 사람이 과거의 회견 방식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최기자는 성국장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을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왔다.
“국장님, 이번 시즌부터는 사람이 직접 프로야구 중계를 하는 채널이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 자신들이 시청하는 중계나 해설이 인공지능이 출력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야구팬들도 많다니까요.”
“축구나 농구는?”
“오딧세이 직원 말로는 다른 스포츠들도 곧 같은 상황이 될 거랍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축구나 농구 쪽은 인공지능 만들기가 좀 더 어려운가 봐요.”
성국장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메시지 수신음이 들렸다. 채널1.69에서 일하는 친구였다.
“허, 참, 가악산에서 산불이 났네. 거기 진짜 경치 좋은데.”
“아 그래? 그럼 우리 최기자를 보낼 테니까…”
“뭐야, 최기자가 직접 간다고? 거길 왜 가? 지금 거기 가봤자 아무도 없을텐데?”
“뭐? 소방대원들도 없어?”
“아니 이 사람아,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거야, 깊은 산에서 난 산불에는 소방관이 직접 안 가고 로봇하고 드론만 나가. 자네 회사에 리포터 드론 없어? 그걸 보내.”
“아직 우리는… “
“허허, 이 사람 큰일 날 사람이네. 지금까지 뭘 한 거야. 그럼 일단 이번에는 우리 드론들이 보낸 자료를 공유해 줄게. 나중에 술이나 사. 내가 회 좋아하는 거 알지?”
“아 그래, 고마워.”
“리포링크사 제품을 써 봐. 우리도 쓰고 있어. 몇 가지 세팅만 하면 드론들이 현장 촬영도 하고, 녹음도 하고, 상황도 정리해서 자료가 바로 나와. 드론이 만든 자료를 그대로 내보내기도 해. 몇몇 채널들은 드론만 써서 현장 생중계까지 시도한다고.”
“생중계까지?”
“아이고 성국장아, 외국 생활하다가 들어와서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 환경이 가장 빨리 변화한다구. 얼른얼른 따라가야 해. 아니면 우리 같이 영세 채널들은 당장 망해요. 건더기는 커녕, 국물도 없어.”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메시지 수신음이 들렸다. 채널1.69의 드론이 보내는 자료가 바로 들어오고 있었다.
‘(Version 1) 2031년 11월23일, 오전 10시58분, 해발 540m의 가악산에서 산불이 발생함. 인근에 사람은 없음. 소방 드론 12대와 소방 지상 로봇 20대, 경찰 드론 4대가 출동함. 11시3분 43초 현재의 화재 면적은 11ha. 지능소방청에 의하면 화재 원인은 자연 발화일 가능성이 73%임.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의 자세한 성분 구성에 대해서 지능소방청으로부터 수신한 내용은 아직 없음. 현재의 화재 규모와 출동한 진화 장비의 규모, 현장의 해발 높이, 온도, 습도 및 바람의 세기, 화재 현장의 토양 성분, 수목의 종류 등을 바탕으로 예측된 최종 진화 완료 시기는 오후 2시34분이며 예측된 최종 피해 면적은 12ha임.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의 자세한 성분 구성에 대해서 지능소방청으로부터 수신한 내용은 아직 없음. 인명 피해가 있을 확률은 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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