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오늘, 오전 10시의 나와 대화하고 싶어.
+++++++ 12년 전 오늘, 오전 10시의 내가 입장하셨습니다. ++++++++++++
나를 불렀니?
응, 내가 불렀어.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어서.
…..
….
…..
말을 잘 안하는구나.
난 그냥 네 질문에 대답할 뿐이야.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아.
그렇구나. 내가 기억하는 내 모습과는 좀 다르게 느껴져서. 말이 많은 편이었거든.
….
지금 어디니?
학교에 와 있어. 강의실로 가는 중.
누구랑 같이 있니?
서정림.
무슨 강의를 들으러?
논리학 수업.
아, 내가 A+ 받았던 그 논리학 수업. 기억난다.
….
아, 너는 아직 성적을 모르겠구나. 수업 후에는 어디에 가니?
식당에 가겠지.
그 후에는?
강의실 오기 전에 도서관에 자리를 잡아놨어.
그 때도 그랬구나 나는.
….
혹시 지금 캔커피 들고 있니?
맞아. 자동판매기에서 뽑았어.
역시, 그랬구나.
….
정림이하고는 얼마나 자주 만나?
일주일에 한번.
정림이는 지금 너를 좋아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생겼어. 두달 뒤에 헤어지자고 할 거야.
나는 모르는 얘기네.
아, 그렇겠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통보받았었지.
….
헤어지더라도 잘해 줘.
내가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어. 나는 과거의 기록을 말해줄 뿐이야.
아 그렇겠구나. 자꾸 헷갈리네.
….
아버지와는 얼마나 자주 대화하니?
하루에 한번 정도.
어떤 이야기를 하니?
나는 식사 하셨냐는 이야기를 주로 해. 아버지는 졸업 후에는 뭐 할거냐는 말씀을 주로 하시고.
역시 대화가 짧았구나. 아버지 건강은 어때?
오늘 아침에는 건강해 보이셨어.
몇 개월 뒤에 입원하실 일이 생길 거야.
나는 모르는 얘기네.
그래,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
….
책은 뭐 읽니?
가장 최근에 읽은 건 3개월 전 “개미”
아, 내가 그걸 그 때 읽었구나.
….
그 전에는?
4개월 전에 “코스모스”
그 때나 지금이나 책 선택 패턴이 똑같네.
….
오늘은 처음이라, 익숙하지가 않았네. 앞으로 자주 보자.
그래.
안녕. 또 봐.
+++++++ 12년 전 오늘, 오전 10시의 내가 나가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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